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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무용수는 점점 춤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빨간색 무당모자에 달린 파란 깃털은 하늘로 뻗어 하염없이 흔들린다. 그녀가 빙빙 돌자 하얀 저고리와 새빨간 조끼, 푸른 치마가 물결처럼 나부꼈다. 그 모습이 마치 예쁜 팽이 하나가 힘차게 도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가 한 마리 새처럼 팔을 쭉 뻗어 팔놀림을 하자 손목에 차여 있던 방울들이 쟁강쟁강 소리를 낸다. 음악은 네 번째 부분인 늦은 엇모리장단으로 바뀌어 숨을 돌리라는 듯 무용수에게 잠시 여유를 준다.

 

 

 

춤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그녀는 동작에 몰두했다. 팔과 손을 흔들며 달리고 활개치는 역동적인 동작을 연이어 하면서도 표정은 온화하고 평화로웠다. 마치 꿈을 꾸는 듯 그녀는 춤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녀가 오랜 세월 춤과 함께한 경험과 연습의 무게만큼이나 그녀의 몰입은 그녀를 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갈 수 있다. 그 깊이가 깊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빠져든다. 관객은 그 깊음에 발을 넣자마자 머리끝까지 빠져든다. 한 남자는 그녀가 춤을 추는 것인지 춤이 그녀를 추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쟁강춤[각주:1] 마지막 부분인 부채춤으로 향하고 있다.

 

 

 

쟁강춤

사진 sejongpac.co.kr

 

 

 

그녀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빨간색의 크고 화려한 부채를 꺼내들었는데 그것의 모양새가 새의 꽁지깃처럼 보였다. 부채를 들고 무대를 활보하는 춤에는 더욱 더 힘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무용수가 휙 하고 부채를 휘두르자 앞에 앉아 있던 관객 몇 명이 뒤로 넘어졌다. 그녀는 빙글 돌다가 주저앉아 몸을 바닥에 붙였다. 푸른 치맛자락 끝에 빨간 신이 빠끔히 드러났다. 이윽고 그녀가 잽싸게 몸을 일으켜 손으로 무릎을 치고 두 손을 마주쳤다. 종횡무진 무대를 누비던 그녀가 발끝에 힘을 주어 힘차게 도약 하자 빨간 부리와 발 그리고 파란 깃털을 가진 파랑새가 되었다.

 

 

 

훨훨 나는 파랑새의 자태가 아름다워 관객들은 모두 그 파랑새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파랑새의 다채로운 비행이 얼마나 힘차면서도 부드러운지 도저히 눈길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객 몇 명은 마치 자신이 그 파랑새인양 팔을 벌리고 위 아래로 흔들어 날개 짓을 따라하고 있었다. 음악이 끝을 맺으며 무용수는 바닥에 무릎 꿇고 몸을 뒤로 젖히고 부채를 활짝 펴 마무리 자세를 취하자, 파란 깃털이 바닥에 떨어진다. 관객들은 모두 깊은 꿈에서 막 깬 것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날개 짓을 따라하던 관객들도 정신을 차렸는데 서로 멋쩍음을 숨기려 애써 모른 척 하며 헛기침을 해본다. 

 

 

 

 

파랑새

사진 abpet.co.kr

 

 

 

 

 

 

  1. 쟁강춤(무당춤): 손목에 ‘쟁강, 쟁강’소리를 내는 쇠팔찌를 걸고 흥겨운 리듬을 울리면서 추는 춤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