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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ulture)/TV를 켰네

[일드]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2016) 리뷰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2016)'

 

 

 

 

사진 북이십일 출판사의 문학 브랜드 아르테

 

 

감독 : 사토 토야

출연 : 이시하라 사토미, 스다 마사키, 혼다 츠바사, 아오키 무네타카, 키시타니 고로

일본 NTV

 

 

 

소설 원작('교열걸',미야기 아야코) 드라마다. 일본 NTV에서 방영했고 평균 시청률 약 11% 대를 기록, 2016년 4분기 시청률 3위(12.4%)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문장'으로 된 드라마 제목이 자주 보인다. 작품 제목은 직관적으로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면서도 간결한 제목이 좋다고 생각한다. 제목이 길어지면 기억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조잡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좋으면 그만이다. 

 

 

 

 

 

사진 왓챠플레이

 

 

 

줄거리

 

 

고등학생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코노 에츠코(이시하라 사토미), '경범사'의 패션잡지 'LASSY'를 쭉 구독했다. 그는 라시의 편집자가 되는 게 꿈이다. 입사에 여섯번을 떨어지고서도 다시 라시에 지원한다. 라시의 편집자 채용 티오가 없어도 무조건 지원하고 본다.

 

일곱 번째 지원 면접에서 교열부 부장(키시타니 고로)이 에츠코의 예리한 관찰력을 알아보고 채용한다. 문제는 라시의 편집자가 아니라, 교열부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벌어진다. 에츠코는 교열부를 통해 라시로 부서 이동을 목표로 한다. 교열부에서 일하면서 에츠코는 여러 사건을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성찰과 내적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

 

 

 

 

무대

 

 

 

 사진 왓챠플레이

 

 

이곳은 에츠코가 일하는 대기업 출판사 '경범사'다. 화려하고 높은 경범사 빌딩과 교열부의 사무실을 비교해보자.

 

 

 

 

 사진 왓챠플레이

 

 '교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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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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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부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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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의 사무실'

 

 

드라마의 장소는 상징성을 드러낸다. 특히 두 사무실을 비교 대조해보면 그 차이만큼이나 주인공이 느끼는 직무에 대한 갈등이 깊어진다. 

 

에츠코는 화려하고 밝은 성격이다. 라시의 세련되고 힘이 넘치는 사무실이 에츠코와 잘 맞는다. 에츠코는 자신이 하는 일이 대중적이고 잘 드러나기를 바란다. 패션을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에 교열부의 사무실은 '지하'에 있다. 이 부분의 디테일이 좋았다. 교열이라는 일이 사람들 눈에 띄는 직업이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 중 교열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하나의 작품에 혹시나 묻은 티를 살펴 정갈하고 깔끔하게 만든는 작업이 교열이다. 책에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올바른 표현으로 고쳐준다. 사람들은 이런 업무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마치 회사의 '지하'에 있는 사무실과 같다.  에츠코는 지하실 사무실을 알록달록한 아이템으로 꾸며보지만 본질적인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스토리

 

 

 

사진 왓챠플레이

 

사진은 에츠코가 교열 작업을 하는 장면이다. 각 에피소드마다 한 명의 작가와 작품에 얽힌 사연이 나온다. 에츠코는 그 과정에서 의문이 드는 점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오지랖이 심한 캐릭터다. 작가의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는 부분에 그녀는 거리낌 없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다. 사실 확인을 확실히 해야만 한다는 교열의 원칙을 고수한다. 타인의 삶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드라마는 그런 아슬함도 보여주지만 결국 그녀의 진심이 통하게 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 틀 안에서 진행된다.

 

 

 

사진 왓챠플레이

 

 

절제된 로맨스는 적어도 평타를 친다. 사진 가운데 있는 남자가 에츠코와 로맨스 관계다. 익명의 작가인 그는 자신의 데뷔 소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해 고뇌하다가 밥벌이를 위해 라시의 모델에 지원하고 발탁된다. 시종일관 밀당을 하거나 삼각, 사각 관계, 가족이 끼어드는 스토리는 진부하다. 간단히 말하면 에츠코와 유키토는 밀당보다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한다. '사랑'보다 '우정'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좋았다.

 

쓸데 없는 로맨스는 독이다. 드라마의 메시지는 한 개인이 자신의 꿈에 대한 고민과 노력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는 자주 이야기 흐름에 불필요하거나 어색한 로맨스에 탄식한다. 로맨스를 버리거나, 절제할 필요가 있다. 로맨스 없는 명작들은 많다.

 

캐릭터들 간의 케미중요하다. 주연과 자주 소통하는 캐릭터는 각자의 성격을 선명하게 그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의 캐릭터는 다른 멤버와의 케미에서 분명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드라마에서는 에츠코는 썸 타는 남자보다 편집부의 직장 동료와의 케미가 훨씬 좋았다. 둘은 거리낌이 없다. 둘의 소통은 불협화음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끝나면 분명 찝찝하겠지만 결국 화음으로 마무리되어 해소된다. 

- 사진 아래 계속...... 

 

 

 

사진 왓챠플레이

 

 

에츠코가 '타코'라고 부르는 캐릭터다. 서로 티격태격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케미가 좋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 둘의 케미가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둘의 관계가 업무에 엮여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지만 둘의 케미로 이야기 전개는 활력있고 부드러워진다. 

 

 

 

 

CG의 디테일

 

 

 

 

사진 왓챠플레이

 

 

콘셉트를 편집에도 반영한다. 에츠코가 교열을 배우는 과정에서 실제로 저렇게 이미지로 업무 방법을 보여준다. 시청자도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

 

 

 

 

사진 왓챠플레이

 

 

교열하는 과정에 특정 단어에 대한 정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이미지로 설명해 이해하기 쉽다.

 

 

 

 

 

사진 왓챠플레이

 

각 사진은 이야기가 환기 될 때 브릿지 역할을 하는 장면이다. 패션지의 콘셉트를 하고 있는데 에츠코가 매일 입는 옷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다양한 옷을 입는데 이렇게 짧은 영상으로 살려주는 게 보기 좋고 재미도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에 의상 협찬이 들어간다면 아주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김남주씨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면 엄청났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에츠코는 하나의 에피소드에서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캐릭터의 특징을 이런 부분에 반영해서 좋았다.

 

 

 

사진 왓챠플레이

 

 

에츠코가 혼자 상상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도 마치 잡지에서나 볼 듯한, 종이의 질감을 살려서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부분은 손이 많이 간다. 이런 콘셉트가 콘텐츠의 정체성을 시종일관 잘 살려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성이 느껴진다.

 

 

 

결론

 

직업에 대한 성찰과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배어있다. 비록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정말 하고 싶지 않더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에서 인간은 성장한다. 현실을 불평하는 것과 비판하는 것은 다르다. 에츠코가 시종일관 최선을 다하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서 인상 깊었다. 더불어 이시하라 사토미 특유의 상큼함과 사랑스러움이 드라마 전체에 스며들어 있어 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