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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ulture)/음악

[영화음악]비틀즈 좋아하세요? ost, 사운드트랙에 쓰인 비틀즈 음악

 

20세기 최고의 밴드, 비틀즈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반세기가 되어갑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 팬들은 그들의 노래에서 희망을 보고 영감을 얻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활동기간을 따지자면 고작 열 살짜리 밴드였지만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전쟁과 평화를 노래한 비틀즈의 음악은 영원한 인생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언어가 문장을 구성하기 위해 음소를 선택하듯이 영화도 이미지와 음향을 통해 스토리를 구성합니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받아온 비틀즈의 노래가 영화음악으로도 손색이 없는 이유입니다.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가사는 영상과 어우러져 감동과 전율을 전달하기 때문이죠.

 

안타까운 점은 철저한 저작권 관리와 높은 사용료로 영화음악으로는 자주 만나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어마어마한 저작권료를 감수하면서까지 비틀즈의 노래를 빌린 영화 몇 편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누구나 마음속엔 소중한, 루시가 있다.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아이 엠 샘 I am Sam(2001)> 

 

 

네 살짜리 루시(다코타 패닝)는 샘(숀 펜)에게 묻습니다.

 

아빠, 무당벌레(ladybugs)는 모두 여자야? 여자가 아니면 뭐라고 불러?”

일곱 살의 지능을 가졌지만, 비틀즈의 연보는 줄줄 꿰고 있는 샘은 이렇게 답하죠.

 

딱정벌레(The Beatles)라 하면 되지.”

 

 

루시의 이름에는 이런 사연이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바라보며 샘은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떠올립니다. 그의 인생에 하늘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루시가 등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루시의 엄마는 도망치듯 두 사람을 떠납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아내를 잃은 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밝기만한 비틀즈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제시 넬슨 감독은 어지럽게 흔들리는 핸드헬드 캠으로 품에 소중히 아기를 안아 든 샘을 프레임에 담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홀로 루시 다이아몬드을 책임지게 된 불안한 존재, 그러나 그의 스토리가 마냥 비극적이지는 않을 듯한 느낌입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이 노래는 LSD(마약의 일종)를 암시한다는 이유로 방송이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존 레논은 유치원생 아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는데요. 여하튼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오렌지 나무와 마멀레이드 하늘,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셀로판 꽃들이라는 사이키델릭한 가사는 분명 지상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쾌락을 주는 약물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간에 누구나 인생에는 그런 존재가 있을 것입니다. 지구 상의 행복과는 견줄 수 없는 루시같은 존재 말이죠.

 

 

어른이 된다는 것

   ‘Baby, You’re a Rich Man’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2010)>


열아홉에서 스무 살이 되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 담배, 이성까지꿈꿔왔던 자유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는 페이스북 하나로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을 겁니다!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한 이 영화는 여자친구에게 차인 주커버그가 분노로 시작한 ‘facemash.com’이 페이스북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주커버그는 돈에 눈이 멀어 친구와 법정에 서기도 하죠.

 

억만장자로 거듭난 주커버그는 자신의 찌질함을 욕하며 떠난 전 여자친구가 페이스북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애써 태연한 척 친구 요청을 보내죠. 그리고 무한 F5(새로고침)을 누르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이 장면은 ‘Baby, You’re a Rich Man’의 원곡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막대한 비용은 제쳐두고 감독은 5억 명의 페친이 있지만 정작 모니터 앞에 홀로남겨진 청년CEO를 비아냥거리는 데에는 분명 성공했습니다. 비틀즈는 이렇게 묻습니다.

 

 

How does it feel to be one of the beautiful people? (잘난 사람들의 일부가 된 느낌이 어때)

/ Now that you know who you are / what do you want to be? (네가 누군지 알았으니, 네가 되고 싶은 건 뭐야?)

 

 

세상이 말하는 행복이란?

   ‘Happiness is a Warm Gun’ <볼링 포 콜럼바인 Bowling for Columbine(2002)>

 

 

<마이클 무어의 사진, 볼링 포 콜럼바인(2002)>

 

다큐악동마이클 무어는 1999 4 20, 콜로라도 주에서 발생한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의 원인을 파헤칩니다. 미국의 가진 자들은 총을 팔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공포와 적대심을 전파합니다. 그들의 목표는 바로 전국민의 총기소유였죠. 감독은 몽타쥬 기업으로 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일련의 비극적인 사건들이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배경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쾌한 멜로디의 ‘Happiness is a Warm Gun’.

 

(장면) 미국인들이 총을 삽니다/유타(Utah)에서 총기소지를 의무화하는 법이 통과됩니다/장총을 멘 사람들이 축제를 즐깁니다. 영화는 이제 총을 쏘는 미국인들, 총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는 정치인 버드 드와이어가 기자회견에서 권총 자살하는 장면, 인터뷰 중 부인의 전남편에게 살해당한 남자, 생중계 헬리콥터에 포착된 한 남성의 자살장면과 폭동에서 총살당한 시위자의 모습도 있습니다.       

 

노래제목이 말하는 따뜻한 총(warm gun)’은 방금 누군가를 향해 총알이 발사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행복이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마이클 무어는 비틀즈의 목소리를 빌려 미국사회의 비극을 꼬집습니다. 정확히는 손에 든 총 하나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프로파간다 말이죠.

 

When I hold you in my arms / I know no one can do me no harm. (너만 있다면, 아무도 나를 해칠 수 없어)

 

 

미친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법

    ‘Let it be’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cross the Universe(2007)>

 

 

 

 

줄리 테이머 감독의 이 영화는 무려 서른 세 곡의 비틀즈 노래를 통해 1960년대 미국의 격동기 속의 청춘들을 보여줍니다. 인종갈등, 세대갈등, 이념갈등을 고루 다루어 전쟁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하다. 전쟁터가 아니라 침대로 가라고 전한 존 레논의 반전의식을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사랑과 우정이 전부인 청춘들에게 슬픔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루시(에반 레이첼 우드)의 남자친구는 베트남전에서 전사합니다. 한편 디트로이트에서는 흑인 폭동이 발생합니다. 팔십여 명이 넘는 사망자 가운데는 열 살짜리 흑인 소년도 있었습니다. 미쳐가는 이 세상에서 소년의 장례식에 모인 흑인들과 베트남전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떠나 보낸 사람들은 ‘Let it be’를 부르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In my hours of darkness(암흑의 시간 중에)/ she is standing right in front of me(어머니께서 다가와)/ speaking words of wisdom(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let it be.(순리에 맡기거라)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ll You Need Is Love’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2003)>

 

 

워킹타이틀의 명작, <러브 액츄얼리>는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도, 젊은 여직원에게 끌리는 유부남도, 비서와 사랑에 빠진 국무총리도, 심지어는 초등학생도 결국에는 모두 사랑에 울고 웃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의 결혼 축가로 불린 ‘All you need is love’는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상적인 결혼식, 로맨틱한 축가에 대한 뭇 여성의 로망을 한껏 키우기도 했죠.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며 축가를 준비한 가련한 남자에게 비틀즈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Nothing you can say but you can learn how to play the game. It’s easy.

(당신이 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어요. 쉽거든요.)

All you need is love, love. Love is all you need. (사랑, 당신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에요.)

 

 

비틀즈는 노래했습니다. 모든 슬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사랑이 필요하다고.

우울한 시기에서도, 절망스러운 관계에서도, 분노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에서도 결국 사랑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이제 비틀즈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음악이 우리 곁에 남아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메시지는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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