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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休)식(食)

창덕궁(昌德宮). 후원(後園)의 가을(秋)

프롤로그

 

가을이다. 개인적으로 '가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창덕궁 '후원(비원)'이다. 사계절 다 매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을과 겨울이 좋다. 오늘은 독자들과 후원의 가을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사진은 작년(2014)

11월 필자가 직접 찍었다.

 

 

<애련정(愛蓮亭)>

 

 

 

창덕궁(昌德宮)은 태종 5년(1405)에 조선왕조 이궁(宮)으로 지어진 궁궐이다. 경복궁의 별궁(別宮)이다.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다 하여 이웃한 창경궁과 더불어 '동궐'이라 불렸다. 임진왜란 후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 역할을 했다. 조선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동안 왕들이 거처한 궁궐이기도 하다.

 

 

창덕궁은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이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됐다. 특히 후원은 한국 궁궐건축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대표한다. 뒷동산을 의미하는 후원은 다양한 정자와 연못, 나무, 괴석이 어우러진 최고의 절경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과의 조화'로 만든 왕실의 휴식처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애련정(愛蓮亭)

 

 

 

 

'애련'이란 이름은 송나라 유학자 주돈이 쓴 시 '애련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연꽃이 피는 연못'이라는 애련지 북쪽에 위치한 애련정. 숙종 18년(1692)에 애련지 물가에 지어졌다. 정면 1칸 측면 1칸으로 이익공 사모지붕 양식을 띠고 있다. 일반 건물보다 추녀[각주:1]가 길고 끝에 잉어 모양의 토수[각주:2]가 있다. 건물을 받치는 네 기둥 가운데 두 기둥은 연못 속에 잠겨 있는 초석 위에 세워졌다.

 

 

 

 관람정(觀亭)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어 이름 붙여진 반도지와 그 옆 관람정.

 

한국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부채꼴 모양의 정자라고 한다. 1820년 경 제작. 조선시대 궁궐을 묘사한 지도인 <동궐도>에 나오지 않아서 청나라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건축적이기보다 공예적인 수법을 많이 사용한 정자다.  마주편에 언덕 위에 살짝 보이는 정자는 '승재정'이다.

 

마치 신께서 세상에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풍경이다.

 

 

 

 승재정(亭)

 

 

 

 

 

반도지에 있는 정자 승재정. 관람정의 맞은편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정면1칸 측면 1칸 겹처마에 사못지붕을 한 작고 간결한 정자다. 보이는것과 같이 난간도 있다. 또한 각 칸에 창호를 달고 살창이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정확히 언제 지어졌는지는 기록에 없지만 조선 후기로 추정하고 있다.

 

 

 

존덕정(亭)

 

 

 

 

 

반도지 뒤 쪽 존덕지(德池)에 있는 존덕정. (뒤쪽엔 폄우사(砭愚榭)가 보인다.)

 

이중지붕과 육각지붕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조22년(1644)에 만들어 졌다. 정자의 마루도 안쪽과 바깥쪽의 2중 으로 구성돼 있고 24개의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다. 정자 안쪽엔 정조(祖)가 지은 '만천명월주인옹자서()' 현판이 걸려있다.

 

 

 

 

 

존덕정을 지나 산길을 오르는 사람들. 후원은 자연과 건축물이 마치 하나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요암(逍遙巖)과 옥류천(川)

 

 

 

후원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옥류천. 인조14년(1636)에 조성했다. 북악산 동쪽 줄기에서 흐르는 물과 인조가 만든 어정(井)으로부터 물이 흐른다. 소요암에 u자형으로 홈을 파서 샘물을 끌어 올려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앞부분에 약 1미터 정도의 절벽(?)이 있다.

 이곳에서 왕은 신하들과 곡수연(曲水宴)[각주:3]을 즐겨 창덕궁의 '포석정'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위에는 인조가 쓴 '옥류천'이라는 글씨가 있고 숙종이 지은 시가 새겨있다. (시의 내용은 직접 관람을 가서 느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옥류천 주변에는 창덕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소요정,청의정,태극정) 상림삼정(上林三亭)이 있다.

 

 

청의정(淸猗亭)

 

 

 

 

후원에서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얹은 정자다. 청의란 '맑은 물결'을 뜻한다. 인조14년(1636)에 만들어졌다.

임금이 농사의 소중함을 알고자 정자 앞에 논을 만들어 벼를 심었다. 가을에 벼를 수확해 볏짚으로 정자의 지붕 이엉[각주:4]을 잇는다.

지금도 직접 벼를 심고 수확한다.

 

 

 

후원 '연경당(堂)'으로 가는 길. 세 여인이 걷고있다.

 

 

 

에필로그

 

 

개인적으로 가끔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게 좋을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원의 모든 곳을 담지 않았다. 직접 가서 보길 바란다.

우리의 삶은 점점 자연과의 조화보다 자연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잃고 잊는 것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올 가을은 후원을 찾아보자. 각박한 삶에서 잠시 떠나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그것들이 주는 교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美와 사색의 여유. 힐링, 꼭 먼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도 상관없다. 가자. 자연은 편애하고 차별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반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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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후원은 창덕궁 관람과는 별도로 이뤄진다. 보존을 위해 가이드를 중심으로 몇 십명의 인원만 입장하게 된다. 창덕궁 홈페이지에서 미리 후원관람 예약(대인 5000원+창덕궁 일반관람 3000원)을 해야한다. 여러 회차가 있으니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전 첫 타임은 예약 없이 관람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필자도 그렇게 관람했다) 관람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사이트에서 참고하길 바란다.

 

후원 관람 예약 : http://www.cdg.go.kr/reservation/reserv_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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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후원 정보는 창덕궁 홈페이지와 두산백과에서 참고했습니다.

 

 

  1. 추녀 추녀마루를 받치고 있는 일종의 마루대. [본문으로]
  2. 처마 모서리에 돌출된 서까래인 추녀 끝에 끼워져 사용되는 기와. [본문으로]
  3. 궁중 후원에서 굽이돌며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시가를 읊으며 노는 잔치. [본문으로]
  4. 초가집 지붕이나 담을 이기 위해 짚으로 엮은 물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