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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트루먼(Truman)이 보내는 편지. 프라이버시의 의미에 대해서... 영화 [트루먼쇼]

 

 To. 세상의 모든 트루먼들

 

 

안녕. 친구들. 트루먼이야. 아주 오랜만이야. 영화가 개봉했던 게 1998년이었으니 거의 20년이란 세월이 흘렀군. 어린 친구들은 내가 누군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 혹 나이가 조금(?) 있는 친구들도 나를 잘 모른다면 영화<트루먼 쇼>를 봐주길 바라.

 

영화 마지막에 스튜디오를 떠났었잖아. 그 후 쿠바(Cuba)의 수도 아바나(Havana)의 동쪽 코히마르(Cojimar)에서 쭉 살고 있어. 헤밍웨이의 소설<노인과 바다>의 배경이기도 하지. 내가 헤밍웨이의 열렬한 팬이거든. 어부가 되었는데 일은 힘들지만 꽤 즐거워. 여기 바다가 끝내주거든. 회 좋아하는 친구 있으면 언제든지 놀러와. 실컷 대접해줄게. 참, 여긴 초고추장이 없어. 챙겨오는거 잊지 말고.

 

 

 

 

<사진 : 네이버 영화>

 

 

내 사생활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걸 알았을 때 나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극이었어.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웠지. 마치 나 혼자만 발가벗겨진 것도 모른채 넓은 광장에서 군중사이를 돌아다닌 느낌이랄까. 누구도 신뢰할 수 없을 것 같았어. 자존감은 추락해 산산조각이 나고 삶의 이유를 잃을뻔했지. 아직도 가끔은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어. 그만큼 프라이버시를 잃는 다는 것은 고통스러운거지.

 

세상은 빠르게 많이 변했어.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획기적이었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상징이 되었고 그것들로 인해 우리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어.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가지고 있던 시-공간 한계를 전보다 더욱 멀리 넘어섰지.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자유롭게 정보를 소비하는 세상. 우리 등에 '날개'가 달아졌어.

 

특히 소셜미디어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날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줬어. 바로 '사생활'의 영역이지. 그곳에서는 '사생활 공개 파티'가 벌어지고 있거든. '프라이버시'의 경계가 무너지는 세상. 사람들은 SNS에 누구와 어디서 뭘 하는지 실시간으로 공개해. 지극히 사적인 정보들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지. 원한다면 언제든지 누군가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어. 마치 <트루먼쇼>의 시청자들처럼. 누군가의 삶을 엿본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엔 매력적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내 눈에는 이 세상이 마치 <트루먼쇼>의 속편처럼 보여.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트루먼이라는 것을 모른다는거야. '프라이버시'가 사라져가는 사회. 프라이버시는 개인이 누군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감시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해. 인류는 그 소중한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워왔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자발적으로 프라이버시를 공개하고 스스로 감시당하는 사회가 되었어. 혹자는 '디지털파놉티콘(digital panoption)*' 세상이라고 표현하지.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가정먼저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과연 내 정보에 대해서 어디까지는 허용하고 어디까지는 안되는지 고민을 해보는거야. 그럴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어. 내 정보들이 공개되고 누군가가 수집해서 생기는 피해가 아직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하지만 작은 것들이 계속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더 큰 것이 되어서 돌아올 수 있어. 그때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겠지. 우리들의 소중한 프라이버시잖아. 주체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프라이버시는 또다른 면에서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가져.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말했어. '인간은 고독 속에서 성장한다.' 우리는 프라이버시 영역에서 고독해지지.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을 성찰하고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그런 과정이 우리를 더 지혜롭게 만들고 행복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 그래서 프라이버시는 꼭 프라이버시가 되어야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인터넷과 미디어가 주는 사탕은 달콤하지. 하지만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겨 썩게된다는 것을 잘 알거야. 부디 잊지 않길 바랄게. 밤이 깊었어 친구. 이제 그만 줄여야겠어. 아침 일찍 고기잡이를 가야하거든. 

 

adios!!

 

 

 

7. 29. 2015

 

from TR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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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놉티콘(digital panopticon) = digital + panopticon

 

#panopticon

 

팬옵티콘은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을 합성한 것이다. 번역하면 '모두 다 본다'는 뜻이다. 원래는 죄수를 감시할 목적으로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르미 벤담(Jeremy Bentham)이 1791년 처음으로 설계하였다.

이 감옥은 중앙의 원형공간에 높은 감시탑을 세우고, 중앙 감시탑 바깥의 원 둘레를 따라 죄수들의 방을 만들도록 설계되었다. 또 중앙의 감시탑은 늘 어둡게 하고, 죄수의 방은 밝게 해 중앙에서 감시하는 감시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죄수들이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죄수들은 자신들이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결국은 죄수들이 규율과 감시를 내면화해서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팬옵티콘 [panopticon] (두산백과)

 

 

 

@참고/추천 자료@

 

<트루먼쇼>1998 .감독: 피터위어

<심리정치>2015. 한병철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2012. 지그문트 바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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