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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ulture)/책방

북리뷰(서평)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2014> 김대식 지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들 중 하나는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이다. 내용은 이렇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게 된다. 이별은 언제나 가슴아프다. 때로는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헤어질 수 있지만 많은 이별이 상처를 가지기도 하니까. 헤어진 두 연인은 기억을 지워준다는 라쿠나 의원에서 서로에 대한 기억들을 지우게 된다. 과연 그들은 행복질까.

 

 

 

 

<사진 : io9.com>

 

 

 

영화처럼 기억을 컴퓨터 메모리 삭제하듯이 지우는 게 가능할까? '뇌'는 우리에게 무엇을 할까? 단순히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우리 몸을 조종하는 역할? 평소 뇌에 대한 이런저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호기심에 그치기 일수였다. 의사나 심리학자들만이 다룰 수 있는 어려운 영역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혹여 필자와 같은 처지라면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읽어보는건 어떠한가. 왜냐고? 어렵지 않다.

 

 

 

<사진 : 교보문고>

 

 

지은이는 KAIST 김대식 교수다. 김교수는 인간의 행동이 뇌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말한다. 현대 뇌과학이 제시하는 인간은 상당히 추하고 어이 없지만 이런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우리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이해하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테니까.

 

책은 25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기억에 대해 시작해서 꿈, 인공지능, 시각과 언어, 행동 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쉬워서 좋다. 전에 읽었던 뇌 관련 서적은 수많은 전문용어와 실험내용들로 구성되어 어렵고 지루했다. 필자의 지식이 따라가지 못한 이유기도 하겠지만 남는 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와 익숙한 주제에 대해 뇌를 통해 해석한다. 각 에피소드 마지막에 전문적 개념들은 따로 정리해 놓았다. 그래서인지 가독성이 높았고 개념 정리도 잘 되었다. 재미도 있고 남는 게 있다. 그래서 좋다. 하지만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에겐 별로일 수 있다. 혹자들은 칼럼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한다. 인정한다.

 

이 책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이렇다. 저자는 뇌과학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가기보다 인간적이고 철학적으로 고민하려 한다. 과학적으로 뇌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차이 때문이 일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뇌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로지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뇌에 의해서 생긴다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인간은 단순히 뇌에 의해 정의되는 존재가 아니라 더 나아지고 발전 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긍정적으로.

 

 

영화 <이터널선샤인>처럼 기억을 지우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책에서는 과학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기억코드'가 전 세계적으로 연구중이고 그 코드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엔 기억을 지우고, 만들수 있을거라고 예상한다. 영화 토탈리콜의 원작인 필립 K. 딕의<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처럼. 하지만 의문이 든다. 그런 기술이 실현된다면 행복해질까. 영화속 두 주인공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웠지만 결국 다시 만나고 끌리게 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사진 : The Cinephile Fix>

 

 

 

사랑은 뇌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니까.  

 

 

우리에겐 '뇌'뿐만 아니라 '마음'이란 것도 있다.

 

믿는다.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필자도 독자도 인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