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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ulture)/책방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리뷰. 줄리언 반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 않은 법이다.'[각주:1]

 

-본문 中

 

 

 

사진 ace-suff.blogspot.com

 

  

 

 

이 책은 기억에 대한 소설이다. 원제는 <the sense of an ending>. 결말에 대한 감각, 혹은 마지막에 대한 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간은 결과, 결말을 예측하고 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 예측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분석하고 판단함으로써 진행되는데 그것들은 우리 기억으로부터 나온다. 과연 그 기억이라는 게 정확할까.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얼마나 믿고 있을까.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고 추리소설 형식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토니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토니와 친구들 ,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베로니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중 친구 에이드리언, 토니는 철학적이고 스마트한 그를 은근히 부러워한다. 대학시절 사귄 여자친구 베로니카. 토니는 집안이 좋은 그녀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친구들에게 그녀를 소개시켜주면서 왠지 모르게 그녀가 에이드리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는 예감에 빠진다. 둘은 결국 헤어진다. 얼마 후, 에이드리언은 토니에게 베로니카와 사귀어도 되겠냐는 편지를 받는데, 쿨하고 마음 넓게 이해한다는 답장을 했다고 기억한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에이드리언은 자살한다.

 

 

 

약 40년이 지난 노년의 토니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던 그에게 편지가 온다.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라가 유산으로 토니에게 500파운드와 두 개의 문서를 남겼다. 그 중 죽은 에이드리언의 일기장도 있다. 토니는 그 일기장을 찾기 위해 베로니카와 만나고 에이드리언에게 보냈던 편지를 받는다. 쿨하게 그들의 교제를 인정하며 답장했었던 그 편지. 그러나 그 편지는 수많은 독설과 저주가 담긴 채, 오랜 세월이 지나 숙성되었다. 분명히 자신은 관대한 마음으로 답장을 했다고 기억했지만 완전히 반대였던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편지에 썼었던 저주가 실현됐다는 것이다. 읽으며 느꼈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진 audiomack.com

 

 

기억은 완전히 믿을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편집하는 편집자다. 조각조각 떨어져 있는 기억들은 우리 머릿속에서 재구성된다. 문제는 편집자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에 대한 기억은 냉정하게 본 기억이라기보다 오히려 좋게 편집된 기억이 될 가능성이 있다. 토니는 자신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이해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진실은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에이드리언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저주를 퍼부었다. 기억과 진실의 괴리가 큰만큼 정신적 데미지는 엄청나다. 토니가 받은 충격은 독자에게도 온전히 전해진다. 당사자는 어떻겠는가.  

 

 

 

에이드리언과 선생님의 대화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에이드리언은 이렇게 답한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각주:2]

 

 

우리는 저마다의 역사를 기억하고 저마다 다르게 기억한다.

 

이제는 그 역사가 어디까지 진실인지 의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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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줄리언 반스 I 옮긴이 최세희 I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I 다산책방 I 2012.3.26 I 268쪽

  1.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page 11 ,다산책방 [본문으로]
  2. page 34 에이드리언은 파트리크 라그랑주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실존 인물이 아닌 저자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즉 저자 본인이 생각하는 역사를 가상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