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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ulture)/책방

<소유냐 존재냐,1976>를 읽고...에리히 프롬(Erich Fromm)

 

 

에리히 프롬(1900-1980.독일)

 

 

올해 2월에 애인과 함께 경주로 여행을 갔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어 놓고 맨 처음 간 곳은 안압지(池)였다.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전부터 꼭 가보고싶었던 곳이었다. 해가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연못 그리고 은은한 조명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그림들이 내 눈으로 들어와 은은한 향기가 되어 온 몸에 퍼졌다. 오른손이 패딩 주머니로 들어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 순간에는 더이상 폰이 아니다. 전문가의 카메라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최대한 멋있는 사진을 찍어야지.'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렸다. 옆에 있었던 여자친구는 저 멀리서 홀로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떤 장소에 갔을 때 사진을 찍지 못하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한다. 특히 아름다운 곳, 행복한 시간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 그것은 그 순간을 기록해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그 순간 자체를 순수하게 느끼고 감상하며 경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빼앗긴다. 더구나 소유하지 못했다면 괴롭게 된다.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이 그런 것 같다. 지식, 사랑하는 사람, 인간관계, 물건, 명예 등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내 손에 있어야 안심이 된다. 우리는 점점 소유함으로써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존재함으로써 존재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소유냐, 존재냐. 그것이 문제다.

 

존재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유와 존재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두 개의 '시(詩)'를 비교해보자. 하나는 일본 시인 바쇼(1644~1694)의 '하이쿠'이며, 다른 하나는 19세기 영국의 시인 테니슨(Tennyson)의 시다. 두 사람은 산책 중 본 ''에 대한 자기 반응을 얘기한다.[각주:1]

 

 

 테니슨의 詩

 

갈라진 암벽에 피는 꽃이여

나는 그대를 갈라진 틈에서 따낸다.

나는 그대를 이처럼 뿌리째 내 손에 들고 있다.

작은 꽃이여---그대가 무엇인지,

뿌리뿐만 아니라 그대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때 나는 신이 무엇이며

인간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바쇼의 하이쿠

 

자세히 살펴보니

냉이꽃이 피어 있네

울타리 밑에!

 

 

 

테니슨은 꽃에 대한 반응으로 그것을 따내어 '소유'하기를 바란다. 그 결과 꽃은 생명을 빼앗긴다. 바쇼의 반응은 다르다. 그는 꽃에 손을 대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볼'뿐이다. 그리고 꽃과 하나가 된다. 꽃을 파멸시키기보다 꽃과 '일치'되는 것이다.

 

테니슨과 꽃에 대한 관계는 '소유양식'에 속한다. 바쇼는 '존재양식'에 속한다. '존재'라는 말은 어떤 것을 소유하지 않고 또 소유하려고 갈망하지도 않으며 즐거워하고 자기 재능을 생산적으로 사용해 세계와 '하나가 되는' 삶의 양식을 표현한다. 소유가 관계하는 것은 '물건(대상)'이다. 반면 존재는 '경험'과 관계한다. 그 경험은 단순한 분주함의 능동성이 아닌 내면적 능동성을 전제한다.  

 

안압지에서 있었던 일을 존재양식으로 이야기해보자. 존재양식은 지금, 여기(hic et nunc)에만 존재한다. 반면 소유양식은 시간속에서만, 즉 과거 현재 미래 속에만 존재한다. 우리는 과거에 축적한 것들에 얽매인다. 그것은 소유와 관련된다. 기본적 경험이 소유라면 미래와 현재도 마찬가지다. 얽매인다. 그렇다고 존재가 반드시 시간 밖에 있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존재를 지배하는 차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즉 사랑, 기쁨의 경험과 진리를 경험하는 것은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일어난다. 존재양식은 시간을 존중하지만 시간에 굴복하지 않는다. 소유하는 존재는 우리를 시간의 노예로 만든다. 반면 존재자체로 존재하는 것은 자유롭다. 안압지에서시간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고 존재하기 위해서 그 순간을 즐겼어야 했다.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가지는 것에 집착하다보면 진정한 자신의 존재를 잃고 살아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소유욕에 속박되면 가지지 못해 생기는 괴로움들이 계속 늘어난다. 요즘같이 갖고 싶은 것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행복해지기 위해, 소유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해보자. 법정스님이 <무소유>에서 말씀하셨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사진 : 네이버영화

 

영화<월터의 상상은 현실이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에서 주인공 월터는 잡지 표지에 싣게 될 사진의 필름을 잃어버렸다. 결국 그것을 보낸 사진작가 숀을 찾아 히말라야로 간다. 숀은 산에서 눈표범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곧 눈표범이 나타나 사진에 담을 기회가 온다. 숀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감동해 가만히 바라본다. 월터는 왜 사진을 찍지 않냐고 묻는다. 숀은 말한다. "때로는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에 사진을 찍지 않고 그 시간을 즐기지. 나를 위해서." 

 

 

안압지에서 애인에게 달려가 왜 먼저 갔냐고 물었다. 여자친구는 말했다.   

 

 

"나는 그냥 당신과 나란히 걷고 야경을 즐기며 이야기하고 싶었어"

 

 

 

참고도서 :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프롬.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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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지에서 찍었던 사진을 몇 장 올려보겠습니다.(사진-iPhone 5s)

경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주는 멋진 곳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세요 ^.^

 

 

 

 

 

 

 

 

 

 

' 경주가볼만한곳 15선을 소개합니다'

http://blog.naver.com/tb/cty01/220407515745

 

 

 

 

 

 

 

 

 

 

 

 

  1. <소유냐 존재냐>中 [본문으로]